유연근무제도가 확산되고 있으나 장시간 노동과 대면 중심의 업무를 중시하는 한국 기업에서는 활용이 여전히 제한적이다. 본 연구는 유연근무제도의 실행 과정에서 조직 내 노동 규범과 젠더 규범이 제도의 해석과 사용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구성원들이 실제 업무 속에서 이를 어떻게 수용하는지 살펴본다. 식품제조업 대기업 A사의 관리자와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을 실시한 결과, 유연근무제도에 대한 해석은 직급, 부서, 젠더에 따라 달랐다. 인사 부서와 관리자 집단은 성과 중심 평가와 자율적 책임을 강조하며 유연근무 사용을 개인 역량의 문제로 보았다. 반면 생산·영업 부서에서는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의 근무와 조직에 대한 헌신을 중요한 근무 태도로 간주해 제도 사용에 소극적이었다. 일부 직원들은 유연근무의 공정한 적용과 전사적 확산을 기대했지만, 유연근무를 특정인에게만 허용되는 특혜로 인식하는 구성원들은 제도 확대에 부정적이었다. 특히 돌봄 책임이 있는 여성 근로자에게 유연근무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나, 조직에서는 이를 예외적 상황으로 간주해 경력상 불이익이 뒤따랐다. 성과와 책임을 중시하는 구성원들조차도 돌봄 목적의 유연근무 사용에는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본 연구는 유연근무제도의 포용적 정착을 위한 정책적 함의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