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논어』 1.9의 재해석을 시도한다. 『논어』 1.9는 예치 사상, 즉 예(禮)로 매개되는 치자와 피치자 간의 규범적 관계를 논하고 있다. 『논어』에서 예치의 이상이 중시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것이 갖는 논쟁적 성격은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이 논문은 예치 사상의 확인에 그치지 않고 1.9의 당대적 함의를 규명하기 위해 시야를 고대 중국의 사상 세계 전반으로 확대한다. 중국 고대의 사상 세계에서 경쟁했던 다른 입장들을 함께 고려할 때 1.9가 갖는 논쟁적 성격이 비로소 분명해진다. 1.9와 경쟁하던 입장들은 정치 질서의 창출과 유지에 관한 한, 초자연적 존재에 의존하자는 입장, 형벌과 같은 강제적 수단을 활용하자는 입장, 예와 같은 비강제적 수단을 통해 피치자의 행태를 통제하자는 입장 등을 포함한다. 『논어』의 비전은 예치의 비전 중에서도 피치자의 행태뿐 아니라 피치자의 덕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여타의 예치와는 다르다. 치자와 피치자의 관계에서 양자의 덕이 중요한 매개체가 될 때, 예를 통한 자아 수양은 단순한 정치공학적 도구 이상의 것이다. 피치자를 조종하기 이전에 자신을 고양해야 하고, 고양된 자신에게 피치자들이 따르기를 기대하기 이전에 피치자의 덕도 고양되길 바라야 한다. 이렇게 상호 고양된 치자와 피치자가 이루는 정치 공동체는 강제나 동원이 아니라 덕의 공명(resonance)을 통해 유지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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