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신경생물과 생체시계 조절 기전
고혁완 연구실의 초기 및 기반 연구축 중 하나는 분자신경생물학 관점에서 생체시계의 속도와 안정성을 결정하는 단백질 조절 기전을 밝히는 것이다. 특히 초파리 모델에서 PERIOD 단백질의 인산화, 유비퀴틴화, 분해가 어떻게 시간 지연 회로를 형성하여 하루 주기 리듬을 만들어내는지에 주목해 왔다. 이러한 연구는 신경계 기능이 단순한 유전자 발현의 결과가 아니라, 시간적으로 정교하게 조절되는 단백질 항상성 네트워크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연구실은 kinase에 의한 단계적 인산화와 proteasome 의존적 분해의 연결 구조를 통해 생체시계 단백질의 반감기와 활성 상태를 해석하는 접근을 발전시켰다. 대표적으로 PERIOD 단백질의 분해를 매개하는 분자 기전과 NEMO/NLK에 의한 인산화 회로의 개시 과정은 생체시계 속도 설정의 핵심 원리를 설명하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이는 신경발생이나 세포 운명 결정과 같은 다른 생물학적 시간 조절 현상에도 적용 가능한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이러한 분자신경생물 연구는 수면-각성 리듬 이상, 신경계 항상성 붕괴, 대사 리듬 교란과 같은 질환 이해에도 확장될 수 있다. 연구실의 강점은 신호전달, 단백질 변형, 세포생물학을 통합하여 시간 생물학을 해석하는 데 있으며, 향후에는 발생 단계의 시간 제어 및 질환 상태에서의 리듬 붕괴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즉, 본 주제는 신경계의 기능과 발생을 시간 축 위에서 이해하려는 연구실의 분자적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일차섬모와 헷지혹 신호를 통한 발생 조절
연구실의 핵심 연구 주제는 일차섬모(primary cilium)를 중심으로 한 발생생물학적 신호전달 조절이다. 일차섬모는 세포 표면의 미세한 감각 소기관이지만, 배아 발생 과정에서 세포가 외부 신호를 해석하고 장기 형성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플랫폼으로 작동한다. 고혁완 연구실은 특히 헷지혹(Hedgehog) 신호전달이 세포 유형, 발생 시기, 조직 맥락에 따라 어떻게 선택적으로 활성 또는 억제되는지를 섬모의 형성과 제거, 구조적 다양성, 세포 내 이동 현상과 연계해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는 신경관 분화, 장관 발달, 배아 조직의 패터닝, 세포 정체성 유지와 같은 발생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둔다. 프로젝트와 학회 발표 기록을 보면, 섬모 유형의 차이가 헷지혹 신호의 세기와 범위를 제한하거나 확장하는 방식, 그리고 특정 조절 인자가 섬모형성과 신호전달 복합체의 조립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 질문으로 다루어진다. 또한 MEGF8 관련 카펜터증후군, endocrine-cerebro-osteodysplasia와 같은 선천성 발달 질환 모델을 활용하여, 발생 이상이 어떤 세포생물학적 고장으로부터 비롯되는지 규명하고자 한다. 이 주제의 의의는 기본 발생 원리의 해명에 그치지 않고 희귀유전질환과 선천성 기형의 병인 이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섬모와 헷지혹 신호의 이상은 두개안면 기형, 다지증, 신경계 이상, 장기 형성 장애 등 다양한 임상 표현형과 연결되므로, 연구실의 성과는 질환 진단 표지자 발굴과 표적 치료 전략 수립에도 직접적인 기반이 된다. 따라서 이 연구축은 신경발생과 전신 발생을 아우르는 연구실의 중심 축이라 할 수 있다.
섬모질환과 희귀유전질환의 동물모델 연구
고혁완 연구실은 희귀유전질환 가운데서도 섬모질환(ciliopathy)에 주목하여 마우스 동물모델 기반의 표현형 분석과 병인 기전 규명을 수행하고 있다. 섬모질환은 단일 장기에 국한되지 않고 뇌, 얼굴, 사지, 신장, 간, 대사계 등 다양한 기관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성 질환군으로, 발생 단계에서의 작은 세포소기관 이상이 어떻게 복합 표현형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분야이다. 연구실은 다양한 유전자 변이를 보유한 모델에서 섬모 구조와 기능 이상을 정밀 분석하여 질환의 분자적 원인을 체계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OFD 증후군, ECO 증후군, 카펜터증후군과 같은 증후군성 발달 질환의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조직별 표현형 차이와 공통 병인을 비교하는 접근이 돋보인다. 이 과정에서 섬모 미세구조, 단백질 이동, 신호전달 활성도, 조직별 발달 경로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며, 단순한 유전자-표현형 대응을 넘어 질환의 작동 원리를 밝히려 한다. 섬모형성 단계별 표지자와 항체 제작, 발생 시기별 조직 분석, 기능 회복 실험 등도 중요한 방법론으로 사용된다. 이 연구는 희귀질환의 진단과 치료 기반 기술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큰 가치가 있다. 섬모질환은 환자 수가 적어도 질환 다양성이 매우 크고, 아직 기전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연구실은 동물모델을 통해 질환 원인 유전자의 기능을 검증하고, 특정 신호경로 활성화나 억제를 통한 표현형 개선 가능성을 탐색함으로써 정밀의학적 치료 전략의 토대를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이 연구축은 발생생물학, 세포생물학, 유전질환 연구를 연결하는 연구실의 응용 확장성을 잘 보여준다.
대사질환·섬유화·염증의 신호전달과 치료기술 개발
최근 연구실의 또 다른 중요한 확장 분야는 일차섬모와 세포 신호전달을 대사질환, 장기 섬유화, 염증성 질환과 연결하는 융합 연구이다. 대사성 섬유화증,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및 MASLD와 같은 질환은 세포 대사 이상과 만성 염증, 조직 재구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하는데, 연구실은 이러한 병태생리에서 섬모 기반 감지 시스템과 발달 신호경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이는 발생 연구에서 축적된 분자 기전을 성인 질환으로 확장한 연구 방향이라 볼 수 있다. 프로젝트 내용을 보면 임상 시료와 동물모델을 함께 이용한 다중오믹스 분석, 단일세포 및 구역별 전사체 분석, 후성유전체 분석을 통해 질환 진행 단계별 핵심 표적을 발굴하고 있다. 또한 MASLD의 비침습 진단을 위해 SNP, miRNA, 나노센서 기반의 다중 융합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기초 연구를 진단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노화 연관 간질환과 근감소증을 겨냥한 섬모 대사 연구, 섬모 유래 엑토좀 조절, RNA 치료제 개발 등이 포함되어 연구 범위가 치료기술 수준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허와 최근 논문은 이러한 응용 연구의 실질적 성과를 보여준다. 헤지호그 신호 활성화를 이용한 염증성 피부질환 제어 전략이나, RIPK3 유비퀴틴화 조절을 통한 세포사멸 및 종양 억제 연구는 신호전달 제어가 염증과 질환 치료에 직접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 연구 주제는 연구실이 발생과 세포소기관 연구를 바탕으로 대사질환, 염증, 노화 관련 질환의 진단과 치료까지 확장하는 번역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음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