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유전학과 유전적 조절 기전
김준 연구실의 발생유전학 연구는 생명체의 형성과 분화, 그리고 환경 적응 과정에서 유전 정보가 어떻게 정교하게 작동하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둔다. 연구실의 핵심 키워드인 발생유전은 단순히 개별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 상태 변화와 행동 형질이 어떤 유전적 네트워크에 의해 제어되는지 이해하려는 통합적 접근을 포함한다. 특히 모델 생물과 분자유전학적 분석을 통해 발달 과정과 생리적 특성의 다양성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중요한 연구 축으로 보인다. 관련 연구 성과에서는 예쁜꼬마선충(Caenorhabditis elegans)의 phoretic behavior, 즉 다른 생물을 이용해 이동하는 행동의 자연 변이를 유전적으로 해석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이 연구는 nictation 행동의 차이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설명하는 유전자 좌위를 규명함으로써 행동 형질과 유전 조절의 연결고리를 제시했다. 특히 piRNA 클러스터와 Piwi Argonaute 단백질 PRG-1이 행동 조절에 관여한다는 결과는 비암호화 RNA 기반 조절이 개체 수준의 생물학적 전략과 적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구는 발생 과정, 행동, 적응, 생식 사이의 상충관계까지 유전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앞으로 이 연구 방향은 발생 단계별 유전자 발현 변화, 후성유전 조절, 비암호화 RNA 네트워크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생명 현상의 다양성과 진화적 적응 원리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뿐 아니라, 질병 상태에서 재활성화되는 발달 프로그램을 해석하는 데에도 중요한 개념적 토대를 제공한다.
유전체학 기반 암 구조변이 및 융합유전자 연구
연구실은 유전체학을 바탕으로 암에서 발생하는 구조변이와 융합유전자의 형성 원리를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유전체 지도 제작과 유전자 동형 분석을 결합하여, 암세포 내에서 형성되는 다양한 융합유전자와 구조적 재배열을 정밀하게 밝혀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종양의 발생과 진행을 설명하는 분자적 단서를 확보하고, 암 특이적 바이오마커와 치료 표적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진행 중인 연구과제에서는 롱리드 시퀀싱을 활용해 전립선암 세포주에서 DNA 손상 및 복구 이후 형성된 새로운 융합유전자와 유전자 동형을 고해상도로 분석하고자 한다. 롱리드 시퀀싱은 복잡한 구조변이와 반복서열 구간을 정밀하게 해독하는 데 강점이 있어, 기존 단편 읽기 기반 분석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유전체 재배열을 보다 직접적으로 규명할 수 있다. 이 접근은 융합유전자의 정확한 접합 구조, 발생 메커니즘, 기능적 영향을 단일염기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연구는 암 유전체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도 크다. 특정 융합유전자나 구조변이는 조기 진단, 예후 예측, 표적 치료제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으며, 종양 이질성과 치료 저항성의 원인을 해석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향후에는 전립선암뿐 아니라 다양한 고형암으로 연구 범위를 넓혀, 정밀의학 관점에서 환자 맞춤형 분자 진단 및 치료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암과 세포 미세환경의 상호작용 및 질환 기전
김준 연구실의 연구 이력은 암세포가 주변 세포 및 조직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질환을 악화시키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해석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폐암과 뇌 전이, 그리고 종양 미세환경 내 신호전달 축을 다룬 논문들은 암을 단순한 유전자 이상이 아니라 세포 간 상호작용이 재구성된 복합 생물학적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발생생물학적 프로그램이 암에서 다시 활용된다는 관점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대표적으로 소세포폐암 세포와 성상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이 뇌 발달 과정을 모방하여 뇌 전이를 촉진한다는 연구는, 암세포가 정상 발생 프로그램을 전이 과정에 전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CLCF1-CNTFR 신호축을 표적으로 삼는 폐암 치료 연구는 종양세포와 섬유아세포 간 분비성 사이토카인 신호가 종양 성장과 역분화 상태 유지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세포 외부 환경과 수용체 신호전달이 암 진행에 핵심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연구 방향은 향후 암세포-신경세포 상호작용, 암세포-기질세포 통신, 전이 미세환경의 재구성 메커니즘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확장될 수 있다. 나아가 특정 리간드-수용체 축을 차단하거나 미세환경 의존적 신호를 재설계하는 방식의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발생유전학과 유전체학적 관점을 함께 적용하면, 암의 악성화와 전이 과정에서 어떤 발달 유전 프로그램과 분자 네트워크가 동원되는지 더욱 정교하게 규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