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학위논문은 현대 세계가 직면한 다양한 도전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적용될 수 있는 적절한 경제발전 패러다임을 명확히 하고자 한다. 이러한 위기에는 기후변화, 환경훼손, 자원고갈, 성장정체, 부유층과 빈곤층 간 격차 확대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 그리고 삶의 질 저하 등이 포함된다. 국제기구 및 정부 간 기구를 포함한 전 세계 사회는 경제발전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이러한 도전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그린 그로스(Green Growth)를 수용하였다. 이 경제 청사진은 환경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물질적 팽창이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경제적 ‘구조(architecture)’를 발전시키는 데 기반을 두었다. 이러한 점에서 선진국은 고도화된 친환경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고, 개발도상국은 생태계 악화로부터 경제발전을 분리(디커플링)할 수단을 찾을 수 있다. 출범 당시 이 패러다임은 윤리성과 효율성 모두에서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그린 그로스는 패러다임 전환의 한 형태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그린 그로스가 실제로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즉, 그것이 경제성장과 환경 간의 현재적 갈등을 해결하는가? 또한 그것은 진정한 패러다임 전환에서 요구되는 바와 같이, 사람들과 그들의 정부 사이의 관계 혹은 인간과 자연 세계 사이의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윤리적 관점을 다시 도입하는가? 본 논문에서는 그린 그로스를, 위에서 논의한 현대의 비정상적 현상을 초래한 현재의 지배적 ‘선례(exemplar)’로부터의 논리적 개념적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이론적 틀은 토머스 쿤(Thomas Kuhn)의 ‘패러다임 전환’ 이론에 기초한다. 쿤에 따르면, 위기의 종결은 세 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첫째, 정상과학이 궁극적으로 위기를 유발하는 문제를 다룰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경우이다. 둘째, 위기가 심지어 가장 급진적인 조치에도 저항하여, 과학자들이 현 시점의 학문 분야 상태에서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 내리고 문제를 더 발전된 기술과 도구를 가진 미래 세대로 미루는 경우이다. 마지막 가능성은 그 위기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낳고, 그 수용을 둘러싼 논쟁이 그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Kuhn, 1996). 이 주제에 관한 다양한 문헌을 검토한 결과, 패러다임 전환은 사회의 신념 체계와 권력 구조(power structure)에 변화가 발생할 때 일어난다는 점이 확인된다(Hollinger, 1973; McDonagh, 1976; Dolfsma & Welch, 2009). 이러한 전환을 검증하기 위해 본 연구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론을 사용한다. 핵심 방법론은 현재의 ‘진보 패러다임(Progress Paradigm)’과 그린 그로스를 규정하고, 한국의 그린 그로스 이니셔티브(Green Growth Initiative)에 대한 사례연구를 분석한다. 본 연구는 그린 그로스가 패러다임 변화를 구성한다는 주장에 대한 평가를 목적으로 한다. 즉, 정치적·경제적·윤리적 기준을 포함하는 사회의 가치와 권력 구조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판단한다. 근대에 걸쳐 사회사상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쳐 온 경험주의적(실증주의적) 과학(positivist science)은, 합리적 결과는 가치 중립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본 연구는 정치경제와 윤리에 대한 이해를, 일부 학자들이 ‘가치 합리성(value rationality)’ 또는 ‘프네시스(phronesis)’라고 부르는 대안적 학문 전통에서 차용한다. 이를 위해 플라이브요르그(Flyvbjerg, 2001)는 사회과학이 네 가지 핵심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 선택으로 누가 이기고 누가 지는가? 이것은 바람직한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본 연구는 그린 그로스 정책 및 제도 발전이 표상하는 이른바 패러다임 전환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조사에, 프네시스 분석의 세 가지 질문을 기초로 활용한다. 본 연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언급은 하지만, 그 문제를 충분히 길게 다루지는 않는다. 본 연구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두 패러다임을 비교하기 위한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의 진보 패러다임(Progress Paradigm)의 다섯 가지 핵심 특성을 규명한다. 현재의 진보 패러다임에서는 (1) 물질적 성장이 그 자체로 진보로 간주되고, (2) 기술에 대한 낙관주의가 지배적이며, (3) 정부 기능은 시장의 요구를 충족해야 하고, (4)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마스터리)에 대한 믿음이 우세하며, (5) 권력과 권위는 전문가와 관료에 의해 소유된다고 본다. 본 연구는 또한 그린 그로스가 제안되었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특성에 대해 논의한다. 진보 패러다임과 그린 그로스를 패러다임 후보로서 규정한 토대 위에서, 본 연구는 이론 수준과 정책 수준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검증하고자 한다. 한국 사례는 그린 원칙이 경제의 모든 부문에 내재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정책 전환과 관련하여 그린 그로스 연구에 적합한 모형이다. 정부는 그린 그로스 이니셔티브의 성공적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행정적 자원을 동원하였다. 경제 청사진의 전면적 이행을 위한 동기는 국가가 강력한 글로벌 경제 리더로 부상하길 바라는 데서 비롯된다. 그린 그로스 전략을 실행하고자 했던 주요 국가들 가운데서 한국의 한국 그린 그로스 이니셔티브(Korea Green Growth Initiative, KGGI)는, (물론 1997년과 1998년의 IMF 구제금융 이후 시장 주도의 성장이 그 범위를 확대하긴 했지만) 국가가 정부 주도적 경제발전 전통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본 사례연구를 위해 본 연구자는 KGGI의 이행에 깊이 관여한 한국의 고위 정부 관계자들과 심층 면담을 수행하였다. 또한 공식 정부 문서와 보도자료, 시민사회(civil society)의 각종 제안서, 국가 연구기관의 보고서 및 출판물, 주요 인물의 회고록 또는 저서 등, 수많은 문헌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째, 2장부터 6장까지를 포괄하는 이론적 분석이다. 이 부분은 연구의 이론적 틀, 현재의 진보 패러다임의 규정, 그리고 후보 패러다임인 그린 그로스의 규정을 포함한다. 둘째, 정책 분석으로서, KGGI에서 도입된 실제 정책 프로그램—예컨대 한국 배출권 거래제, KGGI의 새로운 에너지 체제, 4대강 복원 프로젝트, KGGI의 거버넌스, 그리고 R&D 지침—을 분석하여 그린 그로스가 패러다임 전환 및 정책 변화를 초래했는지를 검증하는 데 기여한다. 연구의 두 번째 부분을 구성하는 7장부터 11장까지는 4장의 각 절과 병렬을 이룬다. 예를 들어, 4.1절은 PP(진보 패러다임)의 첫 번째 구성요소(진보 그 자체로서의 물질적 성장에 대한 믿기)를 설명하며, 7장은 이 이념을 극복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KGGI 프로그램을 분석한다. 이러한 장들에서 제시되는 패러다임 전환 분석은 특히 KGGI가 지배적 이념과 권력 구조, 즉 사회의 핵심 가치와 승자/패자 구조를 변화시켰는지 여부에 초점을 둔다. 7장부터 11장까지의 KGGI 분석 결과는 그린 그로스가 PP의 핵심 요소를 계승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린 그로스를 현대성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보기 어렵다. 7장부터 11장까지에서 수행된 KGGI 분석은 그린 그로스가 물질적 진보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 기술에 대한 낙관주의, 그리고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와 같은 핵심 현대 이념을 강화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또한 그린 그로스 프로그램이 시행되는 거버넌스 방식은 PP와 의미 있게 달라지지 않는다. 관료와 전문가로 대표되는 전통적 권력 엘리트가 여전히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으며, 그들의 결정은 기득권—특히 기업—의 이익을 더욱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방식으로 그린 그로스는 정부와 시장 간의 연합을 강화한다. 그린 그로스를 촉진하기 위해 설계된 프로그램에서 주요 수혜자는 언제나 대기업이며, 이들은 계속해서 GDP 성장 및 따라서 진보를 이끄는 주요 공헌자로 여겨진다. 일반 시민은 정책의 수동적 수혜자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승자의 지위는 거의 흔들리지 않으며, 패자는 계속 패자로 남는다. 그린 그로스의 핵심 목표는 PP와 마찬가지로 물질적 성장이며, 우선순위의 변화는 없다. 물질적 성장을 그 자체로의 진보와 동일시하는 현대 사회의 가장 강력한 이념 중 하나가 여전히 다른 가치들을 압도하고 있다. 공존, 다양성, 시민적 참여, 그리고 더 나은 삶의 질과 같은 것을 포함하여,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대체로 비경제적 가치들이 있긴 하지만, 그것들은 그 자체를 위해 추구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물질적 성장의 원천을 창출하는 데 활용된다. 더 나아가 7장부터 11장까지에서 수행된 정책 분석 결과, KGGI는 유의미한 정책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음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의 전력요금이 한국의 에너지 위기를 해결하는 핵심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 가격을 정상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거버넌스의 보다 하향식(bottom-up) 체계를 촉진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행위자들의 다양화를 중점으로 하는 다중심적(polycentric) 접근(Taminiau & Byrne, 2015)에서 패러다임 전환의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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